한국인의 밥상 제567화 신맛탐구 – 여름 맛의 재발견
2022년 7월 14일 19:40 방송
신맛탐구 – 여름 맛의 재발견
제작 하얀소엔터테인먼트 / 연출 최안용 / 작가 김운
2022년 7월 14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 8시 30분
여름철 지친 몸과 마음을 깨우는 짜릿한 맛
왜 여름만 되면 유독 ‘신맛’을 찾게 될까?
잘 알려지지 않은 새콤함의 세계부터, 오랜 지혜와 시큼한 인생 맛이 담긴 밥상까지!
제철의 싱그러운 맛들이 차려낸 밥상으로 신맛을 탐구한다.
▶ 바야흐로 신맛의 계절 - 전북 정읍
전북 정읍의 한 산자락. 열매를 따러 나선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들의 목표는 1년을 기다렸다는 초록빛 열매, 여름철에만 반짝 나는 야생 복숭아인 개복숭아다. 이맘때면 산과 들이 온통 ‘신맛 나는’ 보물들로 가득하다. 산딸기와 같은 추억의 간식부터 점점 잊혀가는 ‘싱아’나 ‘가막사리’ 같은 새콤한 나물까지! 정읍의 숨은 맛을 발굴하고 있는 김현희 씨가 여름이 내어주는 신맛의 풍미를 살려본다.
새콤한 맛이 강해 주로 발효시켜 먹는다는 ‘개복숭아’는 향긋한 식초로 제격이다. 밑술을 더해 두 번 발효시켜 속성으로 향긋한 식초를 만든다. 어머니와 누나의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웠다는 김현희 씨 동생, 김철 씨는 개복숭아로 여름 과일 물김치를 만든다. 보리와 다시마 멸치국수로 시원한 맛을 낸 김치 양념 국물에 여름 과일인 복분자로 단맛을 더해주고 여기에 아삭한 여름 과일을 듬뿍 더하면 풍성한 여름의 맛이 한 그릇에 담긴다. 옛 선조들도 먹었던 귀한 신맛도 있다. 꽃잎처럼 고운 밀가루 면을 삶아 식히고, 시원한 간장 국물에 식초를 더하면 냉국수 ‘수라화’가 새콤하게 피어난다. 김현희 씨는 우리의 오랜 ‘신맛’ 김칫국물로 오묘한 맛의 조화를 탄생시킨다. 맑게 거른 김칫국물에 산딸기 식초와 과육을 섞어내면 톡 쏘는 맛과 의외의 개운함이 매력적이라는데- 다채롭고 무궁무진한 신맛의 세계를 만나러 간다.
▶ 새콤한 바닷가 밥상 - 충남 서산 웅도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서산의 웅도. 풍요로운 가로림만에 둘러싸여 바지락이 마를 날이 없는 풍요의 섬이다. 마을 주민 50여 명이 함께 바지락 캐기에 나서는데, 그중에서도 늘 함께 다니는 바지락 삼총사가 있다. 5년 전, 웅도로 귀촌한 인영순 씨와 가족처럼 그녀를 챙겨주는 친구들. 뜨거운 뙤약볕 아래 갯벌 농사를 마치고 새콤한 맛으로 기력보충에 나선 세 친구들을 따라가 본다.
웅도에서 잘 영근 바지락살을 맛있게 즐겨먹는 방법은 바로 초무침이다. 바닷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초고추장, 거기에 한 번 더 식초를 더해 새콤하게 버무린다. 여름철에는 요리에는 물론, 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직접 빚은 식초를 물에 타 음료처럼 마신다는 인영순 씨와 친구들. 식초는 여름 해산물이 상하지 않도록 돕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갯나물인 ‘나문재’도, 데친 참소라도 초장에 슥슥 비벼 먹는다. 데친 참소라와 바지락살을 넣고 식초를 쳐서 시원하게 먹는 냉국은 바닷가 사람들의 오랜 여름 간식이다. 세월이 갈수록 깊어지는 신맛의 묵은지 바지락 부침개까지! 깊은 신맛처럼 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세 친구. 이들의 진한 우정처럼 새콤함이 진하게 밴 섬마을 바닷가 밥상이다.
▶ 오랜 지혜의 신맛 - 경북 예천
‘단술의 샘’이라는 뜻의 경북 예천. 한상준 씨는 20여 년 전, 고향인 예천으로 돌아와 오곡 식초를 빚고 있다. 다섯 가지 곡물에 직접 띄운 쌀누룩으로 식초를 빚는 방식은 한상준 씨의 어머니가 시어머니에게 내려받은 것이다. 시부모님과 남편 8남매의 대가족의 밥상을 매일 차려내야 했던 어머니. 대가족을 건사하며 익힌 것이 술과 식초 빚는 법이었다. 우리 선조들이 오래전부터 이어왔던 지혜의 발효식품, 식초. 가족의 밥상을 책임지고 가정의 상비약 역할까지 해주던 존재였기에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초 항아리를 자식처럼 정성껏 돌보고 있다. 그리고 귀향 후 식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통식초의 길을 걷게 된 한상준 씨, 옛 선조들이 그러했듯 김칫독처럼 항아리를 땅속에 묻어 숙성시키고 있다는데- 오랜 세월을 머금은 식초와 그 속에 담긴 모자의 시큼한 인생의 맛을 만난다.
한상준 씨 가족이 즐겨먹는 독특한 식재료, 거대한 밀가루 반죽처럼 생긴 ‘초막’이다. 초막은 식초가 발효되며 식초 위에 뜨는 것으로, 걷어서 묵처럼 쓰기도 한다.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쫄깃함은 물론, 상큼함이 배가 된다. 이 집에서는 시원한 해장국에도 식초가 들어간다. 펄펄 끓인 미나리 복국에 마지막으로 식초를 더하면 개운함도 살아나고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한상준 씨의 어머니는 간장과 식초를 넣어 변함없이 오래 두고 먹는 초절임 장아찌를 만든다. 어릴 적, 반찬이 없던 시절에는 지겹기만 하던 장아찌의 시큼한 맛. 이제는 여름철마다 즐겨 찾는 추억의 맛이 되었다는데- 세월과 정성을 담아 빚었던 어머니의 시큼한 맛!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더 풍성해진 식초처럼, 더 깊어진 맛의 식초 밥상이다.
▶ 새콤달콤, 여름 건강을 지키다 - 전북 전주
예부터 여름철 신맛을 먹어온 데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오랜 지혜가 담겨있다. 약선 요리를 공부하다 7년 전, 귀농해 직접 농사까지 짓게 됐다는 조현주 씨. 친환경으로 키운 제철 식재료를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건강한 밥상을 함께 하고 있다는데- 무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지금 어떤 맛들이 필요할까.
첫 번째 주인공은 수박. 절인 열무 위에 갈아서 만든 김치 양념을 올린다. 여기에 여름 김치가 빨리 쉬지 않도록 돕는다는 감자풀을 더하고 여름철 갈증 해소에 제격인 수박을 듬뿍 올리면 금세 익어 새콤해지는 여름철 밥도둑, 열무김치가 된다. 구연산이 풍부해 활력 충전에 좋은 토마토는 새콤하게 버무린 속 재료를 넣어 소박이를, 여름철 식중독 예방과 소화에 좋다는 참외로는 초절임을 만들면, 무더위 입맛과 건강을 살려주는 여름 김치 삼총사가 완성된다. 조선시대 임금님이 더위를 식힐 때 먹었다는 우무도 차가운 성질의 여름 별미다. 한여름에도 가마솥에 우무를 써 가족들 냉국을 해주셨다는 조현주 씨의 어머니. 새콤한 냉국물과 시큼한 어머니의 땀방울이 담긴 우무냉국을 맛본다. 그리고 어머니와 귀촌해 요리까지 배운다는 아들 함준수 씨가 버섯과 여름 과일로 탕수이를 선보인다. 여름 과일의 신맛으로 단맛의 풍미를 살려준 소스까지 올리면, 사이좋은 모자 사이처럼 탕수이도 새콤달콤해진다.
자연이 내어준 과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여름의 맛들. 먹는 게 곧 약이 된다는 말처럼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주고, 활기를 더해주는 새콤함. 여름철 밥상에 가득한 신맛의 생명력을 만나보자.
원문: 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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