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회] 우중진미, 마음을 적시다 / 2022년 7월 28일 19:40 방송
KBS1 <한국인의 밥상> 569회 우중진미, 마음을 적시다
■ 기획 KBS/ 프로듀서 정기윤
비가 오는 날이면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요
긴 장마 끝자락에 만나는 비와 음식 이야기!
비가 오면 생각난다, 애호박
비가 오면 유독 먹고 싶어지는게 전이고, 전 하면 한창 제철인 애호박이 떠오른다.
경주 양동마을, 낙숫물 소리에 술이 익으면 마음이 먼저 취한다
경주 양동마을은 600여년의 세월 그대로를 간직한 전통 한옥마을. 이곳에서 5대째 살고 있는 이탁원씨는 5년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옛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면, 집집마다 마당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제거하고, 문풍지를 새로 바르는 등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느라 분주해진다. 일명 ‘비설거지’ 라 부르는 장마맞이 대청소! 오래된 한옥이라 손봐야 할곳들이 많지만, 옛집에 사는 즐거움이 더 크단다.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를 듣는 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까지 고요해진다는데... 고향집에 돌아온 후, 옛 추억을 떠올려 시작한 게 바로 술을 빚는일 이었단다. 집집마다 김치맛이 다르듯, 술맛이 달랐고, 집에 술독 비는 일이 없도록 자주 술을 빚으셨던 어머니 옆에서 고두밥을 훔쳐 먹던 추억이 생생하다는 이탁원씨.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섞어 항아리에 담아 놓으면 솨~ 하며 소나기가 쏟아지듯 술이 익는 소리가 정겹고, 2차 발효한 청주를 소주고리에 올리면, 빗방울처럼 떨어지던 맑은 소주 맛에 빠져 살고 있단다. 정성스럽게 빚은 술한잔에, 숯불에 구운 상어고기인 돔배기 구이와 머위잎에 찐 가자미살로 만든 만두소를 넣고 찐 향긋하고 쌉싸름한 머위가자미편수, 새콤하게 무친 문어숙회까지, 술익는 소리가 비처럼 쏟아지는 고향집 툇마루, 빗소리에 먼저 마음이 취하는 우중진미를 맛본다.
둠벙, 빗물을 모아 가뭄을 이기다 – 경남 고성 평부마을
비는 누군가에겐 생명이고, 간절한 기다림이다. 올해 봄은 60년만에 가뭄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비가 내리지 않아 농부들은 하늘만 바라보며 애를 태워야 했다.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정선 덕산기 마을 사람들의 호우시절
강원도 정선읍 덕우리(德雨里), ‘덕이 있는 비’가 내리는 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비가 오면 풍경도 일상도 달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자리잡은 덕산기 계곡은 평소에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지만, 비가 오면 맑은 물이 흘러 그림같은 풍경이 무릉도원이 부럽지 않은곳이란다. 하지만, 길이 따로 없는 산중오지라, 길 역할을 하는 계곡에 물이 무릎이상 높이만 올라와도 길이 사라지고 꼼짝없이 갇히는 은둔의 오지가 되고 만다. 덕산기 계곡 끝자락, 오래된 옛집을 고쳐 살고 있는 최일순씨는 20년전, 친할머니가 살던 집터였다는 곳을 찾아 왔다, “바로 여기구나”싶었단다. 연극배우이자 오지여행가로 살아온 그에게 새로운 삶의 무대가 되어준 덕산기 마을에는 주민이라고 해야 모두 4가구가 전부. 비가 오면 빗소리를 신호삼아 찾아오는 이웃들도 도시생활에 지쳐있다 이곳에 마음을 빼앗겨 산중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란다. 두툼한 더덕 몇뿌리 캐다 고추장만 발라 아궁이 불에 굽고, 부추에 나물을 얹어 전을 부치고, 쌀뜨물에 곰삭은 새우젓으로 감칠맛과 구수함을 살린 할머니표 두부찌개가 얼큰하게 끓으면, 막걸리 안주로는 이보다 더 좋을수가 없단다. 비가 오면 고립이 되고 마는 산중 생활이지만, 욕심내지 않고 길이 막히면 돌아가는 법을 자연에서 배우며 산다는 세남자. 빗소리를 들으며, 이웃들과 둘러앉아 막걸리 한잔 나눌수 있는 하루에 감사하며 산다는데..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비처럼 메마른 인생을 적셔주는 단비같은 산중별미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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